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기후위기'와 100번째 원숭이 효과

알깨남 2023. 11. 15. 09:40

지난 11월 6일, 강화도에 있는 한 중학교 1학년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환경보호와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 관련된 강의를 다녀왔습니다. 중학교 교실은 어떤 모습일지 떠나기 전부터 궁금했어요. 40여년 전의 제 모습과 지금의 학생들 풍경의 대비를 경험한다는 것 자체가 설레였습니다.
 
저는 학생들의 쾌활함과 적극성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자기 의견을 말하는데 어려워하지 않았고, 쉬는 시간에는 K-팝 그룹의 댄스를 교실 한 공간에 너나 없이 모여 자연스럽게 추는 모습들이 40여 년전과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손과 상체가 어우러진 웨이브, 현란한 스텝 같은 어려운 동작들을 어떻게 저렇게 잘 따라하는지 신기했습니다.
 
그들의 자연스러운 자기표현을 현장에서 지켜보는 것 자체가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그래, 세상은 좋게 변하고 있구나. 우리의 후대들은 또다른 세상을 만들어가겠구나" 하는 기대도 갖게 됐습니다.

 

 

기후위기를 대할 때 느껴지는 당혹

환경오염으로 인한 기후위기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1980년 대부터 과학자들의 경고가 시작됐습니다. '우리가 이대로 경쟁하듯 이윤추구의 난개발을 해가면 지구가 위험하다, 아니 인류가 위험하다' 라고 예측하기 시작했고, 지구촌 전체의 노력에 시동이 걸렸습니다. UN 산하에 기후위기 관련 조직을 만들고 세계 거의 모든 나라들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문제의 시급성을 인식하고 열심히 달려가는 나라와 기업과 조직과 사람들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않은 기업과 사람들이 더 많지요. 그래서 이 기후위기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는 사람들은 큰 당혹감과 딜렘마에 빠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이 기후위기 문제는, 소비가 폭증한 현대인의 삶의 양식위에서 점점 눈덩이처럼 커져가는 것이어서 이 기세를 한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한없이 버겁거든요. 화석연료를 태워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방식은 온실가스의 주원인인데, 이는 100년도 넘게 계속해온 터라 엄청난 인프라가 이미 구축되어 굴러가고 있고, 여기에 수많은 사람들의 생계도 걸려있어서 저항도 만만치 않습니다. 게다가 한참 성장하는 개발도상국들은 이러한 환경관련 규제가 자신의 성장을 막는다고 볼멘소리를 합니다. "선진국 너희들은 과거에 다 이렇게 해놓고, 이제 우리한테만 못하게 하는 거냐" 라는 얘기입니다. 
 
이렇듯 산업간, 국가간의 이익이 충돌하여 한 방향의 행동을 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기후위기 이면의 복잡한 속내를 알고나면 막막함이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내가 분리수거 하나 잘한다고 해서 지금의 기후위기 해결에 얼마나 도움이될까' 하는 망연자실이지요.

 

100번째 원숭이까지 변하면....

'100번째 원숭이 효과' 라는 이론에 대해 많이들 알고 계실 것입니다. 
일본의 고지마라는 섬의 원숭이들에게 과학자들이 고구마를 던져주었어요. 처음엔 고구마 흙 때문에 먹기 불편해 손을 잘 안댔고, 먹더라도 손으로 털어서 먹었어요. 그러다가 한 암컷 원숭이가 물에다 씻어 먹었습니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어린원숭이, 암컷원숭이들 중심으로 조금씩 퍼져나갔습니다. 하지만 나이든 원숭이들은 이 방식을 따라 하지 않았습니다. 변화 자체를 싫어한 것이죠.

 

 
그러다가 씻어먹는 원숭이 수가 100마리 정도에 이르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섬의 대부분의 원숭이들이 고구마를 씻어먹게 된 것입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섬과 수백km 떨어짐 섬에 서식하는 원숭이들까지도 고구마를 씻어먹게되었다는 것입니다.
 
이 100번째 원숭이 효과이론이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일정 수 이상 임계수치의 사람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받아들이고 행동하면, 이것은 물리적으로 전파하지 않아도 파동이 퍼져가듯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거에요. 그만큼 한 개인 한 개인이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우리는 모두 연결된 존재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습니다. 불교에서는 이를 인드라망(網) 이라고도 합니다. 우리 각자는 이 연결된 전체의 망(網)의 일부입니다. 우리들 중 충분한 수가 변화하여 새로운 곳으로 올라가면, 이 커다란 전체 망을 들어올리게 됩니다. 어쩌면 인류역사는 모두 이런 방식으로 진보해 왔을 것입니다.

 

처음에는 누군가가 숱한 비난과 위험에 처하면서 새로운 개념과 사상을 얘기했고, 이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다가 나중에는 결국 모든 사람들이 당연한 듯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지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생각과 행동이 사소한 것 같지만 중요한 것 같아요.
오늘도 주어진 하루의 삶에서 선하고 긍정적인 파문을 일으켜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