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삶

메리 크리스마스, 그리스도의 탄생

알깨남 2023. 12. 23. 16:23

  크리스마스가 다가왔다.
그리스도가 탄생하신 날이다.

그런데 그리스도와 예수는 같은 말일까?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예수님은 그리스도이시기 때문에 이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그리스도가 될 수 있기에 그리스도가 꼭 예수님과 등치되는 말은 아니다. 그리스도는 누구나 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Pixabay의 Ambroz 님의 이미지

 
올해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눈이 내릴 것이라는 예보다. 춥지 않고, 바람도 불지 않으면서 소담한 눈송이들만 하늘에서 축복처럼 내리면 좋겠다. 그리스도가 탄생했다는 기쁜 소식을 다시 일깨워 주면서 말이다. 2000년 전 아기 예수를 찾아갔던 동방박사들의 마음도 함께 전해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예수님께서는 3년 동안 가르침을 열었다. 석가모니께서 깨달음을 얻은 후, 45년 동안 제자들을 가르쳤던 것에 비하면 짧은 시간이다. 그러나 그 임펙트는 크다. 더우기 석가모니의 가르침은 직계제자들에 의해 모두 글로 기록되어 방대한 양이 전해진 반면, 예수님 말씀은 기록되지 않다가, 예수님 사후 30년이 지나서야 일부 기록되기 시작했고, 그래서인지, 성경에 예수님의 직접적인 말씀으로 기록된 것은 합쳐봐야 몇 페이지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영향력이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그 짧은 시간동안, 당시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세계관, 우주관에 큰 충격을 가했다. 여호와 하나님이 우리를 보살피기도 하지만 무섭기도 한 경외의 대상이었던 그 시절, 그를 감히 아버지라고 불렀다. 천국은 죽어서 가는 데가 아니라, 우리 안에 있다고 누누히 말했다. 신은 여기나 저기 어느 성전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도 했다. 또한 안식일을 목숨처럼 지키고 속죄의식을 제단에서 행하는 유대인들의 엄격한 율법주의를 깨뜨렸다. 그래서 당대 주류 종교인들이었던 바리새인들과 서기관들의 미움의 대상이 됐다.
 
예수님인들 자신의 가르침이 당시 주류 종교인들에게 잘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생각하셨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험난한 길임을 아셨을 것이다. 계란으로 바위치기 같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리스도는 현실에 순응하거나 굴복하지 않는다. 예수님은 그 험난한 길을 가셨고, 그리스도이심을 증명하셨다. 
 
예수 그리스도로 인해, 그 무너질 것 같지 않았던 믿음의 철옹성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생각해 보자. 지금도 정기적으로, 돈 많은 자들은 소나 양을, 돈 없는 자들은 비둘기를 자신의 죄를 대신할 제물로 사서 제단에 피를 뿌린다면 어떨지를 말이다.  
 

하나님의 독생자(the Only begotten Son)

교회나 성당에 가면, 예배와 미사를 볼 때 '사도신경'을 암송한다. 이 사도신경은 '니케아 신조'(4세기에 제정)에 기초한 것이다. 이 신조는 그리스도교 교리의 핵심을 압축하여 담고있다. 여기서 예수님을 '하나님의 독생자(the Only begotten Son)' 라고 못박았다. 
 

1차 니케아 공의회, 니케아 신조 발표 모습
서기 325년, 니케아 1차 공의회에서 니케아 신조를 발표하는 모습을 표현한 그림

 
이 'begotten' 이란 말은 '태어난, 낳아진' 이라는 뜻이다. 이 말을 니케아 신조에 넣어야 할 이유가 있었다. 당시에 '아리우스(Arius)'라는 신학자에 의해, 예수님은 하나님에 의해 '창조된(made) 존재', 즉 피조물이라고 주장되었고,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니케아 신조에 보면, 'the only begotten son' 이라는 말 뒤에, 'Not made' 라는 말을 일부러 붙였다. 그리고 지금 대부분의 그리스도교 전통에서는 이를 받아들이고 있다. 
 

'begotten' 과 'made' 의 차이는 뭘까?

"made, 만들어진"은, '無에서 有를 창조하거나 어떤 재료를 가지고 가공되었다' 는 뜻이다. 예를 들어, '쇠로 망치를 만들고 흙으로 도자기를 만들다' 라는 식이다. 만들어진 결과물은 본질적으로 이전과 다르다. 예수님이 "made, 만들어졌다" 는 것은 예수님이 존재하지 않았던 때가 있었고, 그 후 창조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수님도 피조물이라는 의미다. 예수님의 신성(神性)이 부인된 것이다. 

반면, "태어난 begotten" 의 의미는 예수님은 피조물이 아니라 아버지와 동일한 신성한 본질을 공유한다는 뜻이다. 마치, 아버지가 자녀를 낳으면, 그 자녀는 아버지와 동일한 본성을 공유하듯이 말이다.  
 
니케아 신조는 수십년에 걸친 논쟁을 매듭지었다. 그러면서 성부와 성자와 성령은 삼위일체 라는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도 확실히 선포했다. 이런 수수께끼 같은 말들은, 우리가 경험하는 세계 바깥의 진실을 표현하다 보면 꼭 따라붙게 마련이다. 언의의 한계 때문이다.
 

예수님은 오직 'the Only begotten Son' 이기만 하실까? 

아리우스(Arius) 가 예수님은 made 되었다고 말한 것은 어떤 사실을 주장하고 있는 것일까? 그는 이른바 사이비 사탄 의식에 사로잡힌 자였을까? 하지만  아리우스도 자신의 주장을 펼칠 때, 성경을 근거로 들었다. 그렇다면, 그가 주목했던 점에 다른 뭔가가 있었을까? 
 
생각해보면, 니케아 신조를 근본적으로 부정한 분은 다름아닌 예수님이다. 본인을 스스로 인자(人子), 즉 사람의 아들(son of man)이라고 여러번 말했기 때문이다. 성경 여러곳에 그런식으로 표현한 기록이 나온다. 복잡한 교리적 논의를 피하면서 간단히 말해보면, '예수님께서는 인성(人性)과 신성(神性)을 동시에 지녔다' 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하나님의 독생자(the Only begotten Son)이면서, 동시에 사람의 아들이기도 했던 것이다. 아리우스도 예수님의 신성을 부인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 신성만 언급하기에는 예수님이 가진 인성도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스도, 예수님의 신성(神性) 

그러니까 예수(Jesus) 라는 이름은, 예수님의 인성(人性)을 나타내는 세상의 이름이다. 당시 Jesus 라는 이름은 유대 땅에서 매우 흔한 이름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리스도(Christ)는, 예수님의 신성(神性) 을 나타내는 말이다
 
불교에 붓다(Buddha, 부처) 라는 개념이 있다. 우리는 이 붓다(부처)와 석가모니(고타마 싯다르타)를 같은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석가모니는 사람이름이고 붓다는 그가 도달한 의식의 경지를 이른 말이다. 그러니까 석가모니 부처님 뿐만 아니라 다른 이름을 가진 여러 붓다도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도 마찬가지다. 예수 그리스도란, 예수라는 이름을 가졌으면서, 그리스도 신성에 이른 존재를 말하는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그리스도 신성에 이르셨기 때문에, "나와 내 아버지는 하나이다", 또 "내가 하는 말은 내가 하는 것이 아니요, 내 아버지가 하는 것이다" 라고 말할 수 있으셨던 것이다.
 
그리고 이런 말씀도 하셨다. "나를 믿는 자는 나의 일을 저도 할것이요. 또한 이보다 큰 것도 하리니" 라고.
 
불교에서는 모두가 불성(佛性) 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모두 부처님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예수님도 이런 말씀을 하신 것이다. 천국은 각자의 마음속에 있고, 모든 사람은 나, 예수처럼 될 수 있다는 말씀을 하신 것이다. 그리고 그 길을 따르라고 하신 것이다. 
 

 

내안의 그리스도를 태어나게 하자 

그러니, '그리스도' 라는 말을, 수렁에 빠진 나를 외부에서 마법처럼 구해 줄 메시아로 착각하지 말자. 그런 메시아는 없다. 이 세상은, 그런 메시아가 필요없도록 만들어졌다. 그런 메시아가 필요하다면 그 세상은 이미 설계에 하자(瑕疵)가 있다는 말이다.
 
모두가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이 세상은 만들어졌다. 모두가 자기안에서 그리스도 신성을 탄생시킬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신은 어디에도 계시기 때문이다. 어디에도 있는 신이, 왜 나한테만 없겠는가?
 
그런데 누가 이런 외부의 구원자론에 쉽게 빠질까? 요즘, '로맨스 스캠(romance scam)' 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연애를 뜻하는 '로맨스'와 신용(信用)사기를 뜻하는 '스캠(scam)'의 합성어다. 이성적(異性的) 관심이 있는 척 접근하여 믿게 한뒤, 돈을 갈취하는 사기수법이다. 남성들보다 여성들이 이 수법에 많이 속는다고 한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애정이 고픈 자들, 타인으로부터 사랑을 받아야 자기 존재가 인정받은 것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이 로맨스스캠에 취약하다. 그들의 악의적 접근을 분별할 눈이 멀게 되기 때문이다.
 

강력한 슈퍼파워의 구세주가 이 세상과 자신을 고통에서 구해줄 것이라는 믿음은, 자신과 자신의 세상에 책임을 지려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매력적이다. 거부하기 힘든 유혹이다. 얼마나 편한가? 반복되는 종교적 활동만 하다보면 만사형통이라는데. 
 
이런 생각들이 우리안에 깃든 신성의 탄생을 막는다. 각자의 크리스마스를 차단한다는 얘기다. 
 

예수님 태어나심, 요셉과 마리아

 

크리스마스다. 그리스도 신성을 나타내심으로, 인류에게 큰 깨우침의 선물을 주신 예수님의 탄생을 기뻐한다. 

내 안에서도, 많은 사람들에서도, 그리스도가 탄생하기를 바란다. 메리 크리스마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