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삶

주의력이 머니(Money)?

알깨남 2023. 12. 30. 13:57

우리 눈과 귀를 유혹하는 콘텐츠가 넘쳐흐른다.

유익한 것도 많다. 그러나 뭐든 과하면 독이되는 법.

아무리 유익하고 재미있는 콘텐츠여도, 여기에 우리 주의력을 다 써버리면 자기 존재가 푸석푸석해지게 된다.

왜냐하면,  자기를 보살펴야 할 money 가 바닥났기 때문이다.

.

 

자기 전에 잠깐 스마트폰을 열었는데, 흥미로운 썸네일에 끌려 숏츠 창을 건들었다가, 이내 하염엾이 창을 위로 밀어올리고 있는 나를 종종 발견한다. 그러다가 1시간이 훅 가버리기 일쑤다.

 

주의력 지불하는 ?

중고등학교 때 영어 숙어를 외우다 보면, 「pay attention to」 라는 관용구도 만나게 된다.  ' ~에 주의를 기울이다' 라는 뜻이다. '~에 주의를 기울이는 데'  왜 pay 라는 동사를 쓰게 되었을까?

 

동사 "pay"는, 다른 것을 받거나 얻는 대가로 무언가를 준다는 의미에서 유래한다. 그러니까, 우리가 지식을 얻을려면 우리의 주의력을 지불해야야 하고, 보는 즐거움을 얻을려면 우리의 주의력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pay attention, 주의를 기울이다

 

우리의 주의력은 '교환가치가 있는 무엇' 이라는 얘기다. 화폐와 유사하다. 보이지 않는 화폐다. 그런데 실제 화폐가 내게 무한하지 않듯, 우리의 주의력도 무한한 것이 아니다. 바닥날 수 있고, 어느 한 곳에 많이 써버리면 다른데 쓸 주의력이 부족해 진다.

 

이럴 때 우리는 '진이 빠졌다' 라고 하기도 하고, 머릿속에 골다공증 걸린 것처럼 퀭한 느낌을 받는다. 나를 지탱해 줄 주의력이 바닥났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주의력은 Money

지금 세계에서 제일 큰 기업은, 구글이나 X(舊 페이스북), 마이크로 소프트, 유튜브 등이다. 거기에는 내노라 하는 유능하고 창의적인 사람들이 다 모여있다. 그들은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을것이다. 그런데 기업은 이윤 추구라는 목적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가 없다.

 

세상의 1등 기업이 되고자 하는 이들이, 지금 가장 눈독을 들이는 것이 무엇일까? 바로 사람들의 주의력을 끌어서 그들의 주의력을 pay 하게 만드는 것이다. 기업이 만든 플랫폼상의 콘텐츠에 사람들이 주의력을 pay 하면, 그것이 곧 돈이 되는 구조가 되어있다.

 

그런데 우리 주의력은 한 곳에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이런 속성을 그 똑똑한 사람들이 모를리 없다. 이런 주의력 뺏기 경쟁에서 더 우위에 서기 위해, 짧은 시간동안 강렬한 자극을 주는  콘텐츠들 위주로 개편했다. 이를 상징하는 것이 틱톡(Tiktok) , 유튜브의 쇼츠(Shorts), 인스타그램의 릴스(Reels)...국내기업 네이버도 이 숏츠시장에 오래전에 뛰어들었다.

 

틱톡,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사람들이 이런 짧고 강렬한 것에 더 익숙해지니, 이제 드라마나 시리즈 물을 정주행하는 사람보다 요약본으로 보기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 요약본마저 1.5배속으로 본다.

 

넋놓고 스마트폰에 정신팔려있다 보면, 내 주의력은 온통 거기에 지불되고 마는 것이다.

 

주의력 귀한 알아야 한다.

우리가 하루동안 쓸 수 있는 주의력은 한계가 있다. 마치 밧데리와 같다. 직장에서 고된 과업을 수행하느라, 이 한계를 넘어서 무리하게 쓰면 몸이 축난다. 이를 오랜기간 지속하면, 신경계통에 문제가 생기고 나중에는 장기(臟器)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하루에 사용하는 주의력을 늘 싱싱하게 쓰는 방법은, 중간 중간에 충전해 주는 방법이다. 외부로 뽑혀나가는 내 주의력의 밸브를 잠시 잠그고, 그 힘의 원래 소스(source)와 연결하는 것이다.

 

낮잠, 쪽잠

이를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가장 쉽게 하는 방법이 낮잠이나 쪽잠이다. 이 때, 우리 몸도 회복되지만 주의력도 조금 보충된다. 우리가 낮잠을 자고나면, 약간의 기운을 회복하고 두뇌를 사용할 힘을 회복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낮잠의 효과는 사실 외부로 빠져나가는 주의력을 잠깐 차단함으로써 생기는 현상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물론 낮잠도 깊이 잘 수 있다면, 충전의 효과도 있다. 

 

낮잠자기와 명상

 

명상(meditation)

보다 더 좋은 방법은, 잠깐 동안 하는 명상이다. 이 방법은 주의력이 외부로 송출되는 밸브를 잠그면서, 동시에 힘의 소스에 연결하는 행위이다. 낮잠보다 짧게 해도 효과가 탁월하다. 그리고 그 명상의 질에 따라 충전의 강도도 달라진다.

 

이렇게 명상을 통해, 주의력의 방전을 차단하고 힘의 근원과 연결하여 충전하고 나면, 그 이후에 하는 사유의 질도 올라간다. 아이디어도 잘 떠오른다. 그래서 이 명상의 유익함을 알고나면 또 하게 된다. 스티브 잡스도 명상을 정기적으로 했다. 그리고 나 역시, 이 명상의 유용함을 익히 잘 알고 있는지라 자주 하는 편이다.  

 

우리는 주의력 귀한 줄 알아야 한다. 세상에는 이 주의력을 자기에게 달라고 아우성치는 많은 콘텐츠들과 크고 작은 일들이 호객꾼처럼 들러붙는다. 거기에 물론 유익하고 즐거운 것들도 있으니 쇼핑해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너무 많이 하면 금방 빈털터리 댄다. 그리고 거기에 단골손님이 되면, 정작 자기의 유익을 돌봐야 할 주의력은 남아있지 않게 된다.

 

화폐화 같은 내 주의력을 내가 계획성있게 의도를 가지고 지불할 수 있어야 한다. 어쩌면 이 능력이 자기 삶을 사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를 구분 지을 수 있다. 왜냐하면 내 삶은 내가 pay 한 것에  대한 결과로 주어지는 것이니까.

 

올해 들어 가장 큰 함박 눈이 오고 있다. 내 주의력을 소중하게 관리하기 좋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