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배우 이선균, 그가 내게 남긴 질문

알깨남 2023. 12. 29. 11:53

배우 이선균님이 스스로 삶을 마쳤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마치 지하철에서 누군가가 피해를 당하고 있는데
다수의 가해자들이 무서워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돕지 못한 사람이 느끼는 자괴감과 부끄러움이 든다.

 

 

그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밀려오는 파도를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고, 그래서 이 길 밖에 없다고, 그래서 외롭고 막막했을 그의 영혼에 꽃 한송이를 바친다.
 

국화 조화

 

딱히 내가 뭘?

10월 중순, 언론을 통해 처음 그의 일이 보도되었을 때, 주위 사람들이 그를 비난했다. 난 그의 내막을 모르지만, 언론 보도에서 풍기는 선정성(煽情性)이 의심스러웠다. 그리고 부당했다. 그러나,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몇 번의 검사를 했지만, 그의 몸에선 검출된 것이 없었다는 보도를 얼핏 봤다. 그 이후로도 몇 번 또 검사가 있었고,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사방에서 날아드는 칼에 자신의 삶이 찔려 비틀거리고 있을 그의 모습이 획 지나갔다. 난 거기까지만 했다. 
 
나는 딱 그정도의 관심만 두었다.
 
그가 차안에서 쓸쓸이 간 뒤, 그동안 그의 일을 보도로 접한 내 반응을 복기(復棋)해 보았다. 알면서 모른 채한 비겁함이 자꾸 아른 거린다. '딱히 내가 뭘 할 수 있는 일이 없잖은가' 라는 핑게도 어김없이 한 자리 차지했었다.  또한 그의 일을 자세히 알수록 힘들어질 것 같아 아예 피해버렸다는 사실도 인정했다. 분노하지만 무력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허망한 사이클을 또 반복하기 싫었던 것이다.
 
 

지겹게 반복되는 세상사

20여년 전부터 난 늦게서야 우리 사회의 문제에 조금씩 관심을 가졌다. 그러면서, 인간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들의 역사도 틈나는 대로 살펴보았다. 그래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참 지겹게도 반복되지만, 다수의 대중들이 그 수법을 간파하지 못하고 너무 쉽게 이용당한다는 것이었다.
 
히틀러는 독일 국민 대다수의 지지를 받아 총통이 되었고, 자국민 수 천만명을 학살한 스탈린은 몇 년전까지만 해도 러시아 국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그들의 권력유지의 핵심수단이었던 정보기관, 비밀경찰들에 의해 자행된 일들을 당시의 국민들은 잘 모른다. 그들은 항상 그럴듯한 명분을 내걸었고, 이를 따르지 않았을때 닥쳐올 공포도 넌지시 암시한다. 그럼 된다. 너무도 쉽게 넘어가버린다. 
 
그러면,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일부 사람들이 나타나게 되고, 그들은 명예와 돈으로 보상받는다. 이를 관망하던 경계에 선 사람들도 그쪽으로 조금씩 옮겨간다. '세상이 다 그런거지'라면서.
 
영화 '내부자들' 의 대사, '대중들은 개돼지입니다. 적당히 짖어대다 알아서 조용해질 겁니다.' 라는 백윤식의 대사는 너무 현실적이어서 소름이 돋는다. 
 

NO ! 이건 아닙니다.

하지만, 더딜지라도 '이건 아니지 않는가?' 라는 사람들도 늘어간다. 지금 우리 사회도 그렇다. '이건 아니쟎아' 라는 사람들이 더 많다. 다만 응집력이 충분치 않을 뿐이다. 그래서 어떤 형식으로든 연대의 힘이 필요하다. 
 
배우 이선균님은 우리 사회에 많은 물음을 던졌다. 내게 던져진 물음은 이것이다. 
"한 사람이 다수의 힘 센자들에게 폭력을 당하고 있을 때, 당신은 또 어떻게 할거냐?" 라는 질문이다.
 
"아닙니다. 그건 옳지 않습니다."
"그것은 부당합니다."
"권력은 선하게 작동되어야 합니다."
"국가 형벌권은 신중히 집행되어야 하고, 언론은 정의의 편에서 국민에게 알려야 합니다." 라고 외치고 싶다.
 
그의 SNS에 가서 응원 댓글 한 줄이라도 달지 못했음이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