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삶

마음챙김? 뭔 마음을 챙겨?

알깨남 2023. 11. 16. 11:18

집 앞 고등학교 정문에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로 붐비고 헤드라이트를 켠  차량들이 줄지어 서있습니다. 오늘 수능이라 수험생들을 고사장까지 부모님들이 데려다 주는 모양이에요. 거실안에서 이 풍경을 보고 있는 저에게도 그들의 두근거리는 마음이 전해오는 듯 합니다. 

 

수능 당일날 고사장 풍경
수능 당일날 이른 아침, 고양 풍동고등학교 앞

 

오늘만을 위해 달려온 그들의 떨리는 심정을 온 국민이 다 알지요.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수험생과 그 가족들에게 다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원해 줍니다. 하지만 모두에게 결과가 좋을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또 잘 알아요. 대학별, 학과별 입학 인원은 이미 정해져 있으니 말입니다. 그럼에도 뭔가 마법이 펼쳐져서 50만 수험생 모두에게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래는 것이, 매년 수능날 아침 이런 풍경을 보는 이들의 공통된 마음입니다. 

 

명상인구의 증가

우리는 삶에서 자기 마음을 자기 마음대로 하기 어려운 경험을 숱하게 합니다.

특히 자신이 노력한 결과를 평가받거나 그 결과를 기다릴 때, 가슴 한 복판에서 칙칙폭폭 기차가 쉼없이 지나가고 불길한 예감도 찾아오면서 빠-앙 하고  경적도 울려댑니다. 제 경우엔 몇해동안 여러번 떨어진 승진을, 해가 바뀌어 또 그 결과를 기다릴 때, 발표가 임박할수록 아무리 태연하려 해도 심장은 날뛰었어요.

 

현대사회를 물질사회라고 비판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수의 사람들이 정신적 행복, 마음의 행복도 추구합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명상인구는 500만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명상의 수준과 방법은 천차만별이겠지만, 이 정도면 우리 삶 안으로 꽤 들어온 것입니다.

 

집안에서 가족이 명상하는 모습

 

명상이라는 말과 함께 가장 대중적으로 사용되는 말은 「마음챙김」 입니다. '알아차림' 이라는 말도 자주 사용되죠. 좀더 명상을 하신 분이라면 '위빠사나', '사띠' 이런 말도 자주 들어보셨을 거에요.

 

'마음챙김' 이란?

'마음챙김' 이란 말은 영어의 'mindfulness'를 우리말로 옮겼다고 해요. 그런데 이 말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명상을 하다보면 수많은 마음들이 생겨나는데 그 마음들을 다 챙겨라는 건가? 라는 의문도 들어요.

 

우리는 세상의 사물을, 대비를 통해 인식하는데 익숙해져 있습니다. 물리적으로도 어떤 사물의 윤곽을 통해 그 사물과 다른 사물의 대비를 지각하고 주변환경을 인식합니다. 추상적으로도, '길고 짧다',  '좋다 나쁘다', '높다 낮다'  등도 대비를 통해 인식하죠. 그래서 처음보는 어떤 개념을 알아갈때는, 이 개념과 대비되는 개념을 생각하면 좀 더 쉬울 때가 있습니다. 

 

'마음챙김' 이란 말이 있다는 얘기는, 마음을 안챙기는 상황이 있다는 뜻이죠. '우리는 보통, 마음을 안챙기니 시간을 내서 마음을 챙기자' 라는 뜻이 담겨 있어요. 그런데 뭔 마음을 챙겨야 하나요. 마음이 챙겨야 하는 물건도 아닌데. 마음은 항상 나랑 같이 있는거 아닌가요?


 

우리 마음을 고도의 지능을 가진 크리스탈이라고 한번 생각해 보세요. 아래 왼쪽 그림처럼요.

크리스탈 모습
크리스탈이 예쁘게 분산되는 모습
크리스탈이 제각각 흩어지는 모습

 

우리 마음은 그 자체로 아름답고 평화롭습니다. 이 상태에서는 걱정도 없고 충만함을 느낍니다.  하지만 늘상 이런 모습으로만 있을려면 이 세상에 있을 이유가 없어요. 우리는 태어나서 많은 것을 경험하고 배우고 성장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본래의 아름다움과 평화로움을 유지한 채, 즉 중심을 잡은상태에서 세상의 여러 것을 경험하면 좋겠지요.  가운데 그림정도로요. 마음의 일부가 세상을 아름답게 경험하면서, 처한 곳에서 빛을 발하며 좋은 영향력도 선물합니다. 이런 마음 상태에서 경험하는 세상은 즐겁습니다. 

 

그러나 바쁜 일상을 살다보면 우리 마음은 여러 바깥 일들을 수행하느라 외부를 향해 파편화되고, 심지어는 완전히 흩어져버릴 수도 있습니다. 맨 오른쪽 그림처럼요. 본래의 우리 마음의 원형을 챙기지 않으면, 우리 주의력은 외부 상황으로 완전히 분산되어 버립니다. 이 상황에서 마음은 본래의 충만함으로 돌아가 달라고 자꾸 신호를 줍니다. 자기를 챙겨달라고요. 이 신호를 무시하면 불안, 조급함은 더 세져 갑니다.

 

이 때 마음을 다시 잘 챙겨서 본래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찾으면, 분주함이 사라지고 다시 평안과 기운을 회복합니다. 그리고 사물도 더 명료하게 보이고, 그래서 더 좋은 결정을 하게 되지요. 

 


마음챙김의 방법을  꼭 명상이라고 이름 붙일 필요가 없습니다. 좌선이니 위빠사나니 하는 이름에 너무 위축될 필요도 없지요. 우리 마음의 원리를 알고나면, 자기 원래의 아름답고 순수한 마음을 챙기는 방법은 80억 인류의 수만큼 다양할 수 있습니다.

 

오늘 수능날, 많은 분들이 평화롭게 마음을 잘 챙기면서 지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