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삶

메타인지 능력의 숨은 1인치

알깨남 2023. 11. 14. 10:04

“네 주제파악 좀 해라~”

 

제가 중·고등학교 시절, 교실에서 친구들끼리 장난식으로 자주 썼던 말입니다. 어떤 친구들은 이 말을 철학 버전으로 응용(?) 하여, ‘네 꼬라지를 알아라’ 라고 쓰기도 했습니다. 소크라테스의 ‘네 자신을 알라’ 라는 말을 패러디한 것이죠. 요즘도 “네 주제파악 좀 해라” 라는 말은 사라지지 않고 간간히 쓰이더군요. 자기 주제파악이란 '자기 객관화' 라는 말이고,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메타인지' 라는 말과도 맥이 닿아있습니다. 어쩌면 ‘현타가 온다’ 식의 MZ세대 용어와도 관련 있어요.

 

 

당연한 것 같지만 대단한 우리의 능력

 

내가 나인 줄 아는 능력은 우리에겐 너무 당연하지만, 이 능력은 지구상 생물 중에는 인간만이 지닌 능력입니다. 동물들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 할 뿐 그게 자신인 줄을 알지 못합니다. 사람도 생후 15개월 정도 되어야 비로소 가능한 이런 능력은, 우리라는 존재를 비로소 인간이게끔 해 주는 대단한 재능입니다.

 

그런데 이것, ‘내가 나를 아는(self–aware) 능력’ 은 그 층위가 아주 다양해요. 기본적으로는 아이가 거울을 보고 '저게 나네' 라고 아는 수준에서 부터, 지금 내 감정이 어떤 상태인가를 조금 떨어져서 알아채는 능력 그리고 요즘 메타인지 학습법에 응용되는 것처럼, '내가 이 내용을 알고 있는가, 모르고 있는가' 를 아는 수준까지 다층적입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철학적 질문을 하게 되지요. 나라고 하는 존재는 '어디서 온거지', '왜 온거지' 라는 질문으로 나아갑니다.

 

 

스스로 알아가는 능력 - 'self aware'

 

오늘 말하고자 하는 하는 부분은, ‘내가 나를 아는(self–aware) 능력’의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1인치 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알려지지 않았다기 보다는 우리에게는 너무 당연해서, 매일 쓰면서도 우리의 독특한 능력인줄 잘 모르는 것입니다.

 

'self–aware' 가 가능한 존재로서 인간의 또다른 능력 측면은, 「self」 라는 말에 숨어 있습니다. 요즘도 식당에 가면, ‘물은 셀프입니다’ 라고 씌여진 곳이 많습니다. 물은 종업원이 서빙해 주지 않으니, 스스로 따라 마시라는 의미이지요. 'self-service' 하라는 얘기입니다.

 

 

self-aware 능력의 두번째 측면은, 누가 가르쳐 주지 않은 내용도 「스스로」 알아내거나 알아가는 능력입니다. 그래서 인간은 아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도 마음속에 그리는 것이 가능합니다. 비전(vision)을 세울 수 있다는 얘기이지요.

 

물론 스스로 아는 이 능력은 모든 걸 알아버리는 능력은 아닙니다. 한번에 스스로 알거나 알아갈 수 있는 범위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동안 자신의 경험과 쌓은 지식 등에 따라 달라지지만, 신의 영역으로 한번에 뛰어넘는 그런 절대 능력까지는 아닙니다. 어찌됐든 외부에서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스스로 뭔가를 알아가는 이 능력은, 인간이라는 존재를 무한한 가능성의 열린 존재로 만들어 줍니다.  

 

 

Self-aware 능력과 자기성장

이제 제 블로그의 성격과 연관해서 한발 더 나아가보겠습니다.

self-aware 능력의 첫번째와 두번째 측면을 자기 자신한테 적용해 보는 것입니다. 첫번째 측면을 사용하면,

내가 지금 어떤 상태이고 어떤 수준에 있는 줄을 파악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제 두번째 측면을 사용하여, 나의 지금까지의 모습과 상태는 이러했으니, 지금껏 존재하지 않았던 나의 새로운 모습을 스스로 탐색하고 알아봅니다. 그리고 그 새로운 모습 중 바람직한 것을 선택하고, 현재의 (낡은)나를 새로운 나로 데려갑니다. 물론 여기에는 시간이 걸립니다만, 이런 과정을 거쳐서 자기 변화와 자기 성장을 이루어 갑니다.

 

우리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들 - 부모, 부부, 자식, 직장 동료 들과의 관계 문제, 자기 경력에서 뭔가를 성취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문제 등 - 은 모두 이러한 자기성장을 위한 과정을 촉진합니다. 그 동안 자기가 지녔던 틀을 깨뜨리도록 자극해 주는 방식으로 말입니다. 그래서 그것은 썩 유쾌하지 못한 모습으로 다가오지만, 그것은 그저 외피일 뿐이지요.

 

그 외피 너머를 보고, 우리에게 주어진 self-aware 능력을 잘 사용하면 성장의 길이 열리고, 숨통이 트이는 자유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늘도 내게 주어진 이 능력을 십분 활용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