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만 했던 '무전(無錢)여행'1980년대와 90년대, 내 또래 친구들은 젊음을 자산삼아 '무전(無錢)여행' 이라는 것을 즐겼다. 베낭하나 메고 적은 돈으로 출발해서, 현지에서 알바나 히치하이킹으로 나머지 경비를 충당하는 식이었다. 사관학교를 다녔고 졸업 후엔 줄곧 군인이었던 나는, 해외 무전여행의 가능성이 거의 원천차단된 삶을 살았다. 그래서, 낯선 곳으로 도전하는 그들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어떤 이들은 이 무전여행을 혼자 떠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들의 용기에 존경심도 들었고, 또 한편으로는 마음 한 구석에서 올라오는 열등감이 나를 불편하게 했다. 왜냐하면 나의 성정(性情)상, 아마도 일반 대학에 진학했을지라도 무전여행에는 선뜻 나서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30대 후반이 되어서는, 한비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