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 7

루터 킹과 말콤 X,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태도는?

우리 집에는 TV가 없다. 한 10년 됐다. 대화 시간을 늘리고, 여가를 더 효율적으로 보내고 싶었다. 아이들도 동의해 주어서 지금껏 유지되고 있다. 그래서 가끔씩 공공장소에서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고서는, TV를 오래 시청하지 않는다. 엊그제, 한 달전 피부암 시술을 받으신 아버지 병원 진료를 위해 KTX를 타고 고향에 내려갔다. 종합병원 두군데를 돌면서 CT 촬영과 혈액검사를 했다. 진료 대기장소마다 대형 TV가 설치되어 있었다. 환자와 보호자는 의사를 만나기 전(前), 그리 맘이 편치 않는 시간동안 TV 화면에 시선을 두고, 보는 듯 마는 듯 보게 된다. 병원에서 가장 무난하게 틀어놓을 수 있는 채널이 뉴스 방송이다. 드라마나 음악, 스포츠 방송은 사람들의 선호가 달라 채널 다툼이 일어날 수 있..

이강인을 사랑하는 법

눈에 콩깍지가 끼면... 중국 전국(戰國)시대 위(魏)나라에 '미자하(彌子瑕)'란 소년이 왕의 총애를 받았다. 당시 왕은 잘 생긴 미소년들을 곁에두고 시중들게 했는데, 그 중 미자하를 가장 각별히 여겼다. 미자하는 왕을 믿고 방자한 행동을 가끔했다. 신하들은 언제 한 번 걸리기만 하면 이 방자한 놈을 혼 내주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 밤, 미자하는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급한 전갈을 받는다. 그는 왕의 명령이라 속이고 군주의 수레를 타고 궁을 빠져나간다. 당시에는 허락없이 왕의 수레를 타면 발뒤꿈치를 잘랐다. 미자하의 위법 행위를 안 신하들은 이때다 싶어, 그의 발뒤꿈치를 자르라고 왕에게 고했다.​ 그러나 왕은 되레 미소를 지었다. "참으로 효성이 깊은 아이 아니냐? 형벌을 받을 걸 알면서도 내 수레를..

아픔에 미소지어 질 때, 치유가 된 것.

'독서대전' 이라는 독서문화축제가 있다. 도시별로 매년 순회 개최하는데, 작년에는 고양시에서 열렸다. 이 프로그램에 자신의 삶을 청중들에게 얘기하는 일종의 '세바시' 컨셉의 이벤트가 있었다. 희망자를 신청받아 3개월 정도 준비시킨 후에 고양호수공원 도서카페 무대에서 강연하는 것이었다. 시간이 남아돌던 시절이었으므로, 나도 참가 신청을 냈다. 거기서 MBC 드라마 '논스톱', '내조의 여왕' 등을 만든 김민식PD의 지도를 받아 원고를 썼고, 나중에는 MBC 신동진 아나운서에게 무대위에서 말하는 법을 배웠다. 15명 정도가 준비를 시작했다. 첫 날,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지 개인별로 대략 풀어놓고, 김민식 PD 로부터 코치를 받았다. 각자 말하는 삶의 이야기들이 다 드라마 같았다. '사람들 모두가 자기만의 ..

인간과 삶 2024.02.16

영화 '웡카' 속 작은 인간, 릴리퍼트 人

소인(小人) '움파룸파'설 연휴에 영화 '웡카'를 관람했다. 늦둥이 아들이랑 같이 영화를 보면, 늘 녀석 취향에 맞추게 된다. 그럴 때마다 영화 런닝타임의 2/3는 졸기 일쑤다. '스즈메의 문단속', '위시' ... 모두 그랬다. 지난번에는 무려 영화 시작전 광고를 보다가 잠이들었고, 깨보니 절반이나 지나 있었다. '에라 모르겠다', 나머지 시간도 리클라인 좌석의 푹신함에 몸을 맡겨버렸다. 이번 웡카는 끝까지 완람했다. 메시지가 새로운 것은 아니었지만, 볼거리 들을거리를 잘 배치해서 영화적 즐거움도 있었고 의미도 잘 전해왔다. 이 영화에 작은 인간 '움파룸파'가 나온다. '움파룸파'는 자신과 같은 소인(小人)들이 사는 섬에서 카카오 열매를 지키는 일을 소홀히 한 댓가로 쫒겨난다. 섬으로 돌아올려면 카카오..

인간과 삶 2024.02.12

삶은 자유여행! Not 패키지 투어

동경만 했던 '무전(無錢)여행'1980년대와 90년대, 내 또래 친구들은 젊음을 자산삼아 '무전(無錢)여행' 이라는 것을 즐겼다. 베낭하나 메고 적은 돈으로 출발해서, 현지에서 알바나 히치하이킹으로 나머지 경비를 충당하는 식이었다. 사관학교를 다녔고 졸업 후엔 줄곧 군인이었던 나는, 해외 무전여행의 가능성이 거의 원천차단된 삶을 살았다. 그래서, 낯선 곳으로 도전하는 그들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어떤 이들은 이 무전여행을 혼자 떠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들의 용기에 존경심도 들었고, 또 한편으로는 마음 한 구석에서 올라오는 열등감이 나를 불편하게 했다. 왜냐하면 나의 성정(性情)상, 아마도 일반 대학에 진학했을지라도 무전여행에는 선뜻 나서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30대 후반이 되어서는, 한비야 ..

인간과 삶 2024.02.06

황희찬, 그리고 브레이브하트(Braveheart)

우리나라와 호주의 아시안컵 8강전은 멋진 경기였다. 양국 선수들 모두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경기는 우리가 이겼지만 호주 선수들의 전술과 팀웤, 그들의 스포츠맨십도 훌륭했다. 우리 선수들 모두 칭찬받을만 했다. 힘이 바닥난게 역력한 손흥민, 그런 상황에서 보여주는 그의 처절한 움직임과 리더다운 고품격 플레이, 이강인의 영리함, 최신형 철갑전차 같은 김민재 등등. 하지만 이런 모습들은 익히 알던 바였고, 경기전에 기대했던 그들의 기량이었다. 오늘 나의 씬스틸러는 황희찬이 페널티킥 키커로 나서는 장면이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나서다. 13년 전인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 한국과 일본이 4강전에서 만났다. 연장전까지 2:2로 맞서다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결과는 한국의 1,2,3번 키커 모두 골을 넣..

누가 축구선수를 '연기자'로 만드는가?

한국이 아시안컵 축구 8강에 극적으로 진출했다. 기쁜데, '이런 기쁨을 16강전에서부터 느껴기 시작해야 하는가?' 라는 생각이 들긴 했다. 경기 막판으로 갈수록, 사우디 선수들은 침대축구라는 장르를 선보였다. 이런 모습은 어느나라 선수가 하든 보기 거북하다. 무엇이 그들을 이렇게까지 하게 만들었을까? 어제(1.31) 새벽 아시안컵 축구 16강전, 한국 vs 사우디 경기를 보느라 밤을 샜다. 아시안컵 16강전을 월드컵 16강전과 같은 텐션을 유지하며 본다는 것이 축구팬으로서 생소하긴 했으나, 드라마틱한 결과를 충분히 즐겼기에 밤샌 보람은 있었다. 경기가 끝난 후, 중동(中東)축구의 상징처럼 되버린 '침대축구' 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2019년부터는 침대축구를 하지 못하도록, 경기가 인플레이되지 않은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