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 14

블록체인 기술은 민주주의에 활력을 줄 수 있다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금융의 신뢰가 무너졌다. 때마침,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 암호화폐가 나타났다. 기존 금융시스템이 중앙집권적이고 폐쇄적인데 반해,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암호화폐는 투명하고 개방적이었다. 비트코인 열풍이 불었고, 많은 파급효과가 있었다. 꼭 좋은 일들만 벌어진 것은 아니었지만, 우리는 블록체인 기술에서 희망의 씨앗도 보았다. 세상일은 우연에 의해 의도하지 않은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실수인가 싶었는데 결정적 계기가 되는 경우도 있고, 큰 성공인 줄 알았으나 그 성공이 나중에 처참한 결과로 이어질 수 도 있다. 1928년, 영국의 세균학자 플레밍(Fleming)은 패혈증의 원인이 되는 포도상구균 박테리아를 연구하던 중, 박테리아 배양접시 뚜겅을 닫지 않고 휴가를 간다. ..

우리는 딥페이크 기술을 잘 감당할 수 있을까

딥페이크 기술이 매우 딥(deep) 해졌다. 기술은 양날의 칼이다. 잘 다루지 않으면 상처가 난다. 세계적으로 유난히 선거가 많은 2024년, 진짜와 거짓을 더 잘 분별해야 하는 과제가 시민들에게 주어졌다. 화약에 얽힌 어린시절 에피소드 어릴적 이웃집이 사진관이었다. 놀러갈 때마다 사진 찍는 모습을 즐겨보았다. 1970년대 당시에는 실내에서 사진을 찍을 때, 약한 조명을 보완하고자 마그네슘 가루를 작은 철판에 올리고 펑 터뜨려 순간 환하게 하고 셔터를 눌렀다. 마그네슘에 전기 스파크를 일으키면, 폭발하면서 빛을 내는 성질을 이용한 것이다. 여섯 살 어린 눈에 굉장히 신기했다. 그래서 그 회색가루를 조금씩 몰래 모은뒤, 어느날 집 계단 밑에서 쭈그려 앉아 장난을 쳤다. 처음에는 소량의 가루를 얇게 흩뿌려서..

‘국민의 대표 선출'과 우리 욕망의 실현

현대 민주주의 국가들은 대의민주주의 체제다. 국민의 대표를 뽑아 그들에게 권한을 행사하게 한다. 그런데, 이 대의민주주의 시스템이 그 한계를 드러낸 것 같다. 우리 대표가 우리를 대변하지 않는 것 같으니 말이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부분은 무엇일까?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2017년, 그는 공약대로 대기업과 부자를 위해 세법(稅法)을 개정했다. 기업의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인하하고, 부자의 세금 감면을 확대한 것이다. 반면 장기적으로는 중산층과 서민층의 세금 부담은 늘렸다 밀어붙인 트럼프도, 그 법안을 통과시킨 상하원 의원들 모두 미국인들이 뽑은 대표자들이다. 그런데 그들의 정치 행위는 소수의 부자들을 위한 것이었다. 명분은 이렇다. 기업들의 세금을 깎아주면 그 돈으로 투자를 확대하니 경제가..

니체(Nietzsche)씨, 망치 좀 주세요

니체는 그가 마지막으로 저술한 책 「우상의 황혼」에서 "나는 망치로 철학한다." 라고 했다. 니체의 철학이 많이 읽히는 이유는, 그 메세지가 우리의 본성을 강렬하게 일깨우기 때문이다. 망치 ! 낡은 생각과 믿음을 부수고 새롭게 깨어나라고 내려치는 그의 철학을, '망치' 라는 이 말보다 더 정확히 표현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여린 니체의 용감한 망치 니체는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목사(牧師)고 어머니는 목사의 딸이다. 명민한 그는 성경에도 일찍 눈이 떠, 어린 시절 친구들은 그를 꼬마 목사라고 불렀다. 아버지와 남동생이 일찍 사망했기에, 그는 다섯살 이후 줄곧 여자들에 둘러싸여 지낸다. 외할머니와 엄마, 이모, 여동생과 하녀들은 유일한 남자인 그를 애지중지하며 키웠다. 하지만 가엽게도 ..

인간과 삶 2024.01.20

'서울의 봄'의 밉상, 오국상

「서울의 봄」을 늦게서야 관람했다. 영화적으로는 재미있는데, 현실과 무관치 않은 얘기여서 마음은 무거웠다. 김의성이 연기한 오국상이 영화의 재미(?)를 더했다. 1993년, 오국상의 실제인물이 국회에서 증언한 적이 있다. 그 실제인물의 발언을 보면 영화속 오국상의 캐릭터는 잘 잡은 듯 하다. 오늘 기어코 「서울의 봄」을 보았다. 보면 불편할 것 같아서 미뤄오다, 지금 아니면 영화관에서는 이제 못보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얼른 집을 나섰다. 내가 이 영화 관람을 미리 불편해 한 속내는 복잡하다. 과도한 감정이입이겠지만, 오랫동안 숨겨온 내 치부가 드러날 것 같은 그런 비슷한 예감이 들었던 것이다. 군 문화와 오래 함께 했기에, 영화속 장면들이 익숙했다. 이태신 장군의 취임식 씬(scene)이 촬영된 곳은..

모순, 카오스, 코스모스

삶은 모순으로 가득한 것 같다. 그러나 그 모순이라는 것은 누가 규정한 것일까? 사람이 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아직 앎이 부족하다는 방증일 수 있다. 모순이나 카오스가 코스모스로 바뀔 때, 그것이 성장이다. 한달에 한번씩 독서모임을 갖는다. 이번 달 텍스트는 양귀자의 "모순" 이었다. 1998년 출간된 이후, 무려 140쇄 정도를 찍은 스테디셀러다. 이야기 구성도 좋아서 소설적 재미가 있었고, 삶을 관통하는 밀도있는 표현들을 곱씹는 맛이 있었다. 모순, 카오스(chaos)소설의 줄거리를 요약하면 이렇다. 25세 여성 '안진진' 은 대학 졸업후 조그마한 회사에 다닌다. 그녀에게는 술꾼이자 폭력을 일삼고 수시로 집을 나가는 아버지가 있다. 아버지는 평소에는 좋지만, 술이 그의 삶을 헝클어 놓는다. 결국 ..

인간과 삶 2024.01.13

민주주의의 뿌리생각을 생각하다 ③ '천부인권'의 더 깊은 의미

천부인권 사상은 통치자나 국가가 국민을 억압하지 말고, 국민의 권리를 존중하고 보호하라는 의미로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천부인권 사상의 본래 의미를 완성할 수 없다. 더 깊은 수준으로 뿌리를 내려야 한다. 민주주의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 않았다. 어느 한 뛰어난 지도자나 철학자에 의해 뚝딱 마법처럼 세상에 등장한 것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천 년 이상 꿈꾸고 토론하고 검증하면서 탄생시킨 결과물이다. 그러나 그 뿌리생각의 본질은 꽤 단순하다. 우리 인간은 그 자체로 귀하다는 것, 존엄하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 인간 존엄의 가치는 왕이나 국가가 준 것이 아니라는 것, 그래서 통치자나 국가는 인간의 존엄성을 잘 펼치는 수단으로서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이 점차 확산되어, 이제 세계 대부..

손웅정과 베켄바우어, 그들이 진실을 대하는 태도

나는 손흥민도 좋아하고, 그의 아버지 손웅정도 좋아한다. 손웅정이 그 동안 보여준 올곧은 태도를 보면, 우리 시대에 그가 있어 고맙다는 생각도 한다. 그런 그가, 이번 아시안컵 축구대회에서 '한국은 우승하면 안된다' 라고 말했다. 독일 축구 영웅 베켄바우어가 며칠 전(1. 7) 세상을 떴다. 훌륭한 축구인이었던 그에게도 아쉬운 점이 있다. 그을린 피부, 이마와 볼에 깊게 패인 주름, 꺼뭇꺼뭇한 수염, 손질할 필요조차 없는 짧은 머리, 말할 때마다 힘이 들어가는 미간..... 얼굴로만 보면 농부보다 더 농부처럼 보인다. 그런데 그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흠칫하게 된다. 짱짱하다. 눈빛도 흔들림이 없다. 손웅정....손흥민의 아버지. 이제는 웬만한 대한민국 국민이면 그의 얼굴을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가 되었다..

우리의 사랑을 더 고급스럽게 하는 방법

사람들끼리 하는 사랑에는 늘 기복이 있다. 연인관계든, 친구관계든, 심지어 부모 자식 관계도 마냥 좋게 흘러가지는 않는다. 인간이니까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긴 하지만, 이를 좀더 고급진 사랑으로 끌어올릴 방법은 없을까?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는 세상이 부러워하는 연인들이었다. 둘은 10년 정도 사귀다 2014년에 결혼한다. 공개적으로 서로를 칭찬하며 사랑을 표현했고, 자녀들과 함께 다양한 활동을 즐기며 가족적인 모습도 오픈했다. 사회 문제에도 관심을 가지고 인도주의적 활동도 함께 한다. 서로를 동반자로서 아낌없이 지원하고 협력하는 보기드문 커플이었다. 그러나, 결혼 후 2년이 지난 2016년 이혼 소송에 들어갔고, 7년 여동안 자녀 양육권과 재산 분할 등 복잡한 문제로..

직관(Intution), 삶의 나침반을 잘 활용하는 법

GPS와 연동된 네비게이션장비가 일상화 되기 전, 나침반은 적어도 천 여년 동안 방향을 유지하는데 필수였다. 그 나침반이 우리 안에도 다 하나씩 있다. 잘 활용하면, 우리 삶을 가야할 곳으로 잘 안내해 준다. 군(軍)을 경험한 사람이면, 독도법(讀圖法) 훈련도 했을 것이다. 주로 야간에 지도와 나침반을 사용하여 정해진 장소를 찾아간다. 네비게이션 앱을 주로 쓰지만, GPS 장비가 불가할 경우에도 대비해야 하므로, 여전히 나침반도 활용한다. 이 나침반이 없었더라면, 인류의 지평을 넓혔던 원거리 항해와 미지에 대한 탐험은 훨씬 어려웠을 것이다. 나침반 사용시 주의사항나침반 바늘은 자성(磁性)을 띤 철이다. 그래서 바늘 주위에 자기장(磁氣場)을 형성한다. 그런데, 지구도 하나의 거대한 자성(磁性)을 띤 구체로..

인간과 삶 2024.01.08

민주주의의 '뿌리 생각' 을 생각하다 ② 인간의 존엄성, 존재 자체로 귀한 존재

민주주의를 생각하려면, 우리 인간 자체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 '인간이 존엄하다' 는 말도, 깊게 숙고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우리의 민주주의가 갈 방향이 보인다. 「민주주의」 의 뿌리생각 시리즈 ① (☞ Link) 에서 '천부인권(天賦人權)' 을 다뤘다.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와 평등의 권리는 사람이 준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왕이나 사람들이 만든 인위적 기관보다 더 큰 권위로부터 받았으므로, 이를 사람이 어찌할 수 없으며, 국가는 사람들 개개인이 가진 이 권리를 보호하고 증진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것이 민주주의를 태동시킨 생각의 뿌리였다. 이제, 이 '천부인권' 이라는 말에 담긴 의미를 조금 더 들어가본다. 먼저, '인간이 존엄하다' 는 뜻이 뭔지 더듬으려 한다. 이 논의를 할려면, '인격(人格)..

마더 테레사의 고백, 우리 안의 히틀러와 간디

마더 테레사는 "내 안에는 히틀러와 간디가 있습니다." 라고 고백했다. 우리 안에는 사랑과 증오, 빛과 어둠, 선과 악이 있다. 우리 각자는 무엇을 선택할지 결정해야 한다. 1979. 12, 격동의 한국영화 「서울의 봄」 으로, 많은 사람들이 1979년 12월 당시 대한민국을 돌아보고 있는것 같다. 난 아직 영화를 보지 않았다. 언젠가 볼 것 같긴 한데, 지금은 나를 영화관 앞으로 강하게 끌지 못하고 있다. 중학생이던 나는 신문과 TV를 통해 그 일을 접했고, 나중에는 그 역사의 현장 언저리를 돌며 근무도 했다. 그랬던 터라 저간의 사정을 비교적 잘 알고 있는 것도 아직 영화를 보지 않은 이유의 하나다. 그런데, 더 깊은 이유는 그게 아니다. 젊은 시절, 당시 12.12 사건과 무관치 않은 곳에서 일했다..

인간과 삶 2024.01.05

칼레파 타 칼라? 그래도 한 걸음씩 !

우리 사회의 정치적 양극화가 기세등등하다. 정치가 이를 해결해야 하지만, 되레 키우는 것 같아 안타깝다. 놀라운 속도로, 우리 사회의 괴물이 되어버렸다.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의 발달이 가끔씩 원망스러울 정도다. 나의 20대 시절, 당시 우리 문학계의 가장 핫한 작가는 이문열이었다. 그의 책이라면 다 읽으려고 했었다. 후에 그 분이 정치적 지향성을 분명히 하면서 논쟁의 중심에 서기도 했으나, 분명 그 시절 그의 책은 재미있었고, 한동안 내 삶의 벗이 되어 주었다. 그의 단편 중, 워낙 제목이 특이해서 기억나는 작품이 있다. 「칼레파 타 칼라」, '아름다운 일(좋은 일)은 이루어지기 어렵다' 라는 그리스 말이다. 가상의 그리스 도시국가 아테르타에서 벌어지는 일을 픽션으로 풀었다. 줄거리는 이렇다. 티라나투스..

「민주주의」의 '뿌리 생각' 을 생각하다. ① 천부인권

기록된 역사를 본다면, 민주주의는 최근에 나온 체제다. 그렇다면, 이런 민주주의라는 시스템을 낳게한 근본적인 생각은 무엇이었을까? 현대 민주주의 국가들이 겪는 민주주의 위기를 극복하는데, 그리고 우리가 더 좋은 시민의 한 사람이 되는데, 이 질문은 의미있는 생각거리가 될 것 같다. 우리 사회가 민주화를 열망하던 20세기 후반에는 민주주의에 대한 논의가 많았다. 뜨거웠었다. 지금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본궤도에 올라섰다고 여기기 때문에, 민주주의 자체에 대해서 또다시 토론하고 공감대를 형성해야 할 필요가 없다고 느끼는 것 같다. 하지만 꼭 그럴까? 사람들이 만든 모든 제도는, 시간이 갈수록 형해화(形骸化) 되는 경향이 있다. 취지는 사라지고 앙상한 형식만 남을 수 았다는 얘기다. 주로 전통적인 것들이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