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과 알파고가 대결했을 때, 사람들은 인류라는 이름으로 연대감을 형성했다. 알파고 제조사 '구글 딥마인드' 직원들은 달랐겠지만 말이다. 이기고 지는 문제에 자기 이해관계가 걸려있을 때, 우리는 관심을 갖게 된다. 자기의 현실적 이익에 유리한 방향으로, 자신의 가치관과 세상관을 입증해 주는 방향으로 승패가 결정나기를 바랜다. 우리는 이세돌이, 인류가 아직은 인간이 만든 피조물보다 우월함을 입증해 주기를 바랬다. 여기에는 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게임에서, 사람들이 인류라는 이름으로 하나의 심적(心的) 연대가 가능했던 이유는, AI에 의해 우리의 직업이 대체되고 직장을 잃게 되고, 나아가 그들에 의해 지배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깔려있었을 것이다. 이런 공동의 적 앞에 사람들은 종교와 정파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