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 12

'민주주의'는 참 손이 많이 가요

민주주의는 이제 당연한 체제가 되었다. 불가역적이다. 적어도 대한민국은 독재나 왕정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믿는다. 하지만 '우리 민주주의는 안녕한가?' 라고 물으면 글쎄, 사람으로 치면 최고의 컨디션은 아닌 것 같다. 내가 대충 겪은 1980년대 나는 유신체제, 10.26사건, 12.12 군사반란과 5.18 민주항쟁으로 이어지는 굵직한 역사의 페이지들을 겪으며 자랐다. 1980년 광주, 시위대와 군의 대립이 격화될 즈음, 아버지는 방문 앞에 두꺼운 솜이불을 이중으로 치고 우리를 재웠다. 솜이불이 총알을 막아준다는 소문이 동네 사람들 사이에 돌았던 것이다. 가끔씩 들리는 '따따다다' 소리는 어린 가슴을 졸이게 만들었다. 60을 바라보는 나는, 태어나보니 내 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였었다...

우리 삶에 적용되는 원리 ③ "뿌린대로 거두리라" ep.1

앞 글 "우리 삶에 적용되는 원리 ② '네 뜻대로 하라' " 에서, 인간에게는 자기 뜻대로 할 수 있는 '자유의지’ 가 주어졌다고 했습니다. 그 자유의 범위는 충분히 넓어서, '맘대로' 라고 해석해도 좋을 정도입니다. 이제 문제는, 인간이라는 아직 불완전한 존재가 자유의지를 행사해 나갈 때, 이 세상이 혼돈에 빠질 위험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우주는 어떤 해법을 심어 놓았을까요? 아래 그림은, 고호의 그림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씨 뿌리는 사람’인데요, '네 뜻대로 하라' 는 자유의지의 법칙에 균형을 맞춰주는 원리는, 『뿌린대로 거두리라』 입니다. 우리는 자유롭게 뭔가를 할 수 있지만, 그 결과를 경험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뭔가를 했는데, 그 결과를 경험하지 않는다면 행함의 의미가 ..

인간과 삶 2023.11.28

변화에 대한 거부, 그 뒤엔 ‘두려움’ 이 있다.

이세돌과 알파고가 대결했을 때, 사람들은 인류라는 이름으로 연대감을 형성했다. 알파고 제조사 '구글 딥마인드' 직원들은 달랐겠지만 말이다. 이기고 지는 문제에 자기 이해관계가 걸려있을 때, 우리는 관심을 갖게 된다. 자기의 현실적 이익에 유리한 방향으로, 자신의 가치관과 세상관을 입증해 주는 방향으로 승패가 결정나기를 바랜다. 우리는 이세돌이, 인류가 아직은 인간이 만든 피조물보다 우월함을 입증해 주기를 바랬다. 여기에는 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게임에서, 사람들이 인류라는 이름으로 하나의 심적(心的) 연대가 가능했던 이유는, AI에 의해 우리의 직업이 대체되고 직장을 잃게 되고, 나아가 그들에 의해 지배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깔려있었을 것이다. 이런 공동의 적 앞에 사람들은 종교와 정파를..

우리 삶에 적용되는 원리 ② "네 뜻대로 하라"

앞글 '우리 삶에 적용되는 원리 ①' (https://eggbreaker.site/9) 에서, 우리 우주는 약 140억 년에 걸쳐 매우 정교하게 설계되었으며, 정해진 자연법칙에 따라 운행되고 있고, 이것은 일종의 플랫폼이라는 취지의 언급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플랫폼 안에서 인간과 같은 지적 생명체들이 살아가도록 했는데, 그렇다면 이런 존재들이 살아가는 데에도 분명히 가이드라인과 같은 원리가 있을 것임을 전제했어요. 이번 포스팅은 그 원리 중 하나인 “네 뜻대로 하라” 입니다. 네 뜻대로 하라~ 물론 여기에도 한계는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일상적으로 생각하는 수준의 좁은 범위는 분명 아닙니다. 정말 '네 뜻대로, 맘대로 하라' 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좋을 만큼 그 범위가 충분히 확보되어 있습니다. 지구의..

인간과 삶 2023.11.24

우리 삶에 적용되는 원리 ①

우주는 정교하게 돌아간다. 우주에는 기본적인 힘이 네 가지가 있다. 중력, 전자기력, 강한 핵력, 약한 핵력이다. 이 가운데 중력은 가장 약한 힘이다. 하지만 이 중력은 어떤 물질이 가진 질량에 비례하도록 만들어져서, 큰 덩치의 태양이 지구와 같은 작은 행성들을 자기 주위로 빙빙 돌리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중력은 거리가 멀어지면 약해지도록 되어 있어서, 우리 몸이 가까운 지구에 붙어있되, 먼 태양으로 빨려들어가지는 않는다. 또한 공포의 핵 폭발과 관련있는 ‘강한 핵력’은 중력에 비해 어마무시하게 쎄다. 중력이 1이라면 거기다가 ‘0’ 을 38개나 붙여야 한다. 하지만 이 강한 핵력이 미치는 범위는 원자핵이라는 미시적으로 좁은 영역안에서만 작동되게 함으로써, 우리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만들..

인간과 삶 2023.11.22

알렉산더, 빛을 가리지 마세요

사람을 '두 발로 걷는 깃털 없는 짐승' 이라고, 플라톤이 자신의 강연에서 정의(定義)하는 일이 있었다. 그러자 어떤 한 사람이 '털 뽑은 닭' 을 들고와서 “이게 플라톤이 말하는 인간이다.” 라고 했다는 일화가 있다. 그는 종종 당대 최고의 철학자인 플라톤 강연장에서 이런 어깃장 놓는 말을 서슴지 않은 인물이었다. 맨몸에 천이나 이불을 걸친 채 항아리 속에서 지내면서, 광장에서 일광욕을 즐기고, 자기식의 철학을 사람들에게 설파하는 자였다. 그를 따르는 제자들도 상당했다. 위 그림은 라파엘로가 그린 '아테네 학당' 이다. 중앙에서 걸어나오고 있는 두 인물이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이고, 그 앞에 천만 걸치고 비스듬히 앉아 두 발을 뻗고있는 인물이 그 자(者)다. 바로 디오게네스~ 얼마전에 「우리는 중독을 사랑..

인간과 삶 2023.11.21

산에도 ‘자연 낙지’ 가 산다

작년 요맘때, 숲에 대한 공부를 할 기회가 있었다. 파주 마장호수 인근의 한 야산에서 숲의 생리에 대해 흥미로운 사실들을 알아갔다. 실로 이 세상과 우주는 들여다 볼수록 Cosmos(조화) 임을 실감했다. 거기서 배운 것 중에, 숲에서 벌어지는 낙지 현상에 눈길이 갔다. 자연 낙지(自然 落枝) 자연 낙지(落枝)란 나무가 필요없게된 가지를 스스로 쳐내는 현상이다. 당시 파주 야산에서도 자연낙지가 진행된 숲을 볼 수 있었다. 이렇게 나무가 스스로 자기 일부를 떼내는 것은 보다 잘 성장하기 위함이다. 키가 커버려서 이제는 햇빛을 볼 수 없는 아래 쪽 가지들은 떨쳐 버리고, 그 가지들을 부양하는데 쓰는 힘은 더 높이 성장하는 데 사용하는 것이다. 또한 담쟁이 같은 덩굴식물들이 자신을 타고 올라오는 것을 방지하는..

인간과 삶 2023.11.20

아프냐? Sorry ! ‘나도 아프다!’

혼자 무인도에 살지 않고서야, 다른 사람의 감정을 한번도 건들지 않고서 살기는 힘들다. 사람들과 부대끼며 사는게 삶이니, 본인이 의도하든 하지 않았든 주변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것을 완전하게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선의로 하는 행동도 때로는 불쾌하다고 여겨질 경우가 있으니 말이다. '미안해' 라는 말은 내게 힘들어 오늘은 아내와 결혼 28년째 되는 날이다. 그런데 28년 동안 나는 아내한테 '미안해' 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 28년 동안 같이 살면서 미안해야 할 일이 한번도 없었던 남편이면 좋았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아내가 내 행동과 말에 짜증을 내거나 한숨지었던 횟수를 일주일에 한 번꼴로만 계산해도 1,500회 정도가 된다. 아마 일주일에 한번은 넘었던 것으로 기억하니 이보다 훨씬 더 많을..

인간과 삶 2023.11.19

내 안의 스타벅스, 그의 말을 무시하지 마세요

“명성이 자자한 오디세우스, 아케아의 자존심과 영광이여 가까이 오소서. 우리의 노래를 들을 수 있게 당신 배를 우리 해안에 정박시키소서! 우리 입술에서 쏟아지는 꿀 같은 목소리를 듣지 않고선 어떤 뱃사람도 우리 해안을 지나간 적이 없어요. 마음껏 듣고 더 지혜로운 자가 되어 항해하지요" 오디세우스와 사이렌 오디세우스를 유혹하는 사이렌의 노래다. 오디세우스는 총명하고 다재다능했다.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후 자신의 지혜와 용기에 대한 자긍심이 더 높아졌다. 이런 오디세우스에게 님프 사이렌은, 오디세우스를 한껏 치켜세우며 지금보다 더 높은 지식과 지혜를 갖게 해 주겠다는 노래로 유혹한다. 사이렌의 유혹은 배의 난파와 죽음이라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 매혹적인 계략이다. 사이렌이 노래했던 해안가에는 수많은 ..

인간과 삶 2023.11.17

마음챙김? 뭔 마음을 챙겨?

집 앞 고등학교 정문에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로 붐비고 헤드라이트를 켠 차량들이 줄지어 서있습니다. 오늘 수능이라 수험생들을 고사장까지 부모님들이 데려다 주는 모양이에요. 거실안에서 이 풍경을 보고 있는 저에게도 그들의 두근거리는 마음이 전해오는 듯 합니다. 오늘만을 위해 달려온 그들의 떨리는 심정을 온 국민이 다 알지요.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수험생과 그 가족들에게 다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원해 줍니다. 하지만 모두에게 결과가 좋을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또 잘 알아요. 대학별, 학과별 입학 인원은 이미 정해져 있으니 말입니다. 그럼에도 뭔가 마법이 펼쳐져서 50만 수험생 모두에게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래는 것이, 매년 수능날 아침 이런 풍경을 보는 이들의 공통된 마음입니다. 명상인구의 증가 우리는 삶에..

인간과 삶 2023.11.16

'기후위기'와 100번째 원숭이 효과

지난 11월 6일, 강화도에 있는 한 중학교 1학년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환경보호와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 관련된 강의를 다녀왔습니다. 중학교 교실은 어떤 모습일지 떠나기 전부터 궁금했어요. 40여년 전의 제 모습과 지금의 학생들 풍경의 대비를 경험한다는 것 자체가 설레였습니다. 저는 학생들의 쾌활함과 적극성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자기 의견을 말하는데 어려워하지 않았고, 쉬는 시간에는 K-팝 그룹의 댄스를 교실 한 공간에 너나 없이 모여 자연스럽게 추는 모습들이 40여 년전과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손과 상체가 어우러진 웨이브, 현란한 스텝 같은 어려운 동작들을 어떻게 저렇게 잘 따라하는지 신기했습니다. 그들의 자연스러운 자기표현을 현장에서 지켜보는 것 자체가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그..

메타인지 능력의 숨은 1인치

“네 주제파악 좀 해라~” 제가 중·고등학교 시절, 교실에서 친구들끼리 장난식으로 자주 썼던 말입니다. 어떤 친구들은 이 말을 철학 버전으로 응용(?) 하여, ‘네 꼬라지를 알아라’ 라고 쓰기도 했습니다. 소크라테스의 ‘네 자신을 알라’ 라는 말을 패러디한 것이죠. 요즘도 “네 주제파악 좀 해라” 라는 말은 사라지지 않고 간간히 쓰이더군요. 자기 주제파악이란 '자기 객관화' 라는 말이고,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메타인지' 라는 말과도 맥이 닿아있습니다. 어쩌면 ‘현타가 온다’ 식의 MZ세대 용어와도 관련 있어요. 당연한 것 같지만 대단한 우리의 능력 내가 나인 줄 아는 능력은 우리에겐 너무 당연하지만, 이 능력은 지구상 생물 중에는 인간만이 지닌 능력입니다. 동물들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고개..

인간과 삶 2023.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