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이제 당연한 체제가 되었다. 불가역적이다. 적어도 대한민국은 독재나 왕정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믿는다. 하지만 '우리 민주주의는 안녕한가?' 라고 물으면 글쎄, 사람으로 치면 최고의 컨디션은 아닌 것 같다. 내가 대충 겪은 1980년대 나는 유신체제, 10.26사건, 12.12 군사반란과 5.18 민주항쟁으로 이어지는 굵직한 역사의 페이지들을 겪으며 자랐다. 1980년 광주, 시위대와 군의 대립이 격화될 즈음, 아버지는 방문 앞에 두꺼운 솜이불을 이중으로 치고 우리를 재웠다. 솜이불이 총알을 막아준다는 소문이 동네 사람들 사이에 돌았던 것이다. 가끔씩 들리는 '따따다다' 소리는 어린 가슴을 졸이게 만들었다. 60을 바라보는 나는, 태어나보니 내 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