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26

루터 킹과 말콤 X,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태도는?

우리 집에는 TV가 없다. 한 10년 됐다. 대화 시간을 늘리고, 여가를 더 효율적으로 보내고 싶었다. 아이들도 동의해 주어서 지금껏 유지되고 있다. 그래서 가끔씩 공공장소에서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고서는, TV를 오래 시청하지 않는다. 엊그제, 한 달전 피부암 시술을 받으신 아버지 병원 진료를 위해 KTX를 타고 고향에 내려갔다. 종합병원 두군데를 돌면서 CT 촬영과 혈액검사를 했다. 진료 대기장소마다 대형 TV가 설치되어 있었다. 환자와 보호자는 의사를 만나기 전(前), 그리 맘이 편치 않는 시간동안 TV 화면에 시선을 두고, 보는 듯 마는 듯 보게 된다. 병원에서 가장 무난하게 틀어놓을 수 있는 채널이 뉴스 방송이다. 드라마나 음악, 스포츠 방송은 사람들의 선호가 달라 채널 다툼이 일어날 수 있..

이강인을 사랑하는 법

눈에 콩깍지가 끼면... 중국 전국(戰國)시대 위(魏)나라에 '미자하(彌子瑕)'란 소년이 왕의 총애를 받았다. 당시 왕은 잘 생긴 미소년들을 곁에두고 시중들게 했는데, 그 중 미자하를 가장 각별히 여겼다. 미자하는 왕을 믿고 방자한 행동을 가끔했다. 신하들은 언제 한 번 걸리기만 하면 이 방자한 놈을 혼 내주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 밤, 미자하는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급한 전갈을 받는다. 그는 왕의 명령이라 속이고 군주의 수레를 타고 궁을 빠져나간다. 당시에는 허락없이 왕의 수레를 타면 발뒤꿈치를 잘랐다. 미자하의 위법 행위를 안 신하들은 이때다 싶어, 그의 발뒤꿈치를 자르라고 왕에게 고했다.​ 그러나 왕은 되레 미소를 지었다. "참으로 효성이 깊은 아이 아니냐? 형벌을 받을 걸 알면서도 내 수레를..

황희찬, 그리고 브레이브하트(Braveheart)

우리나라와 호주의 아시안컵 8강전은 멋진 경기였다. 양국 선수들 모두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경기는 우리가 이겼지만 호주 선수들의 전술과 팀웤, 그들의 스포츠맨십도 훌륭했다. 우리 선수들 모두 칭찬받을만 했다. 힘이 바닥난게 역력한 손흥민, 그런 상황에서 보여주는 그의 처절한 움직임과 리더다운 고품격 플레이, 이강인의 영리함, 최신형 철갑전차 같은 김민재 등등. 하지만 이런 모습들은 익히 알던 바였고, 경기전에 기대했던 그들의 기량이었다. 오늘 나의 씬스틸러는 황희찬이 페널티킥 키커로 나서는 장면이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나서다. 13년 전인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 한국과 일본이 4강전에서 만났다. 연장전까지 2:2로 맞서다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결과는 한국의 1,2,3번 키커 모두 골을 넣..

누가 축구선수를 '연기자'로 만드는가?

한국이 아시안컵 축구 8강에 극적으로 진출했다. 기쁜데, '이런 기쁨을 16강전에서부터 느껴기 시작해야 하는가?' 라는 생각이 들긴 했다. 경기 막판으로 갈수록, 사우디 선수들은 침대축구라는 장르를 선보였다. 이런 모습은 어느나라 선수가 하든 보기 거북하다. 무엇이 그들을 이렇게까지 하게 만들었을까? 어제(1.31) 새벽 아시안컵 축구 16강전, 한국 vs 사우디 경기를 보느라 밤을 샜다. 아시안컵 16강전을 월드컵 16강전과 같은 텐션을 유지하며 본다는 것이 축구팬으로서 생소하긴 했으나, 드라마틱한 결과를 충분히 즐겼기에 밤샌 보람은 있었다. 경기가 끝난 후, 중동(中東)축구의 상징처럼 되버린 '침대축구' 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2019년부터는 침대축구를 하지 못하도록, 경기가 인플레이되지 않은 시간..

블록체인 기술은 민주주의에 활력을 줄 수 있다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금융의 신뢰가 무너졌다. 때마침,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 암호화폐가 나타났다. 기존 금융시스템이 중앙집권적이고 폐쇄적인데 반해,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암호화폐는 투명하고 개방적이었다. 비트코인 열풍이 불었고, 많은 파급효과가 있었다. 꼭 좋은 일들만 벌어진 것은 아니었지만, 우리는 블록체인 기술에서 희망의 씨앗도 보았다. 세상일은 우연에 의해 의도하지 않은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실수인가 싶었는데 결정적 계기가 되는 경우도 있고, 큰 성공인 줄 알았으나 그 성공이 나중에 처참한 결과로 이어질 수 도 있다. 1928년, 영국의 세균학자 플레밍(Fleming)은 패혈증의 원인이 되는 포도상구균 박테리아를 연구하던 중, 박테리아 배양접시 뚜겅을 닫지 않고 휴가를 간다. ..

우리는 딥페이크 기술을 잘 감당할 수 있을까

딥페이크 기술이 매우 딥(deep) 해졌다. 기술은 양날의 칼이다. 잘 다루지 않으면 상처가 난다. 세계적으로 유난히 선거가 많은 2024년, 진짜와 거짓을 더 잘 분별해야 하는 과제가 시민들에게 주어졌다. 화약에 얽힌 어린시절 에피소드 어릴적 이웃집이 사진관이었다. 놀러갈 때마다 사진 찍는 모습을 즐겨보았다. 1970년대 당시에는 실내에서 사진을 찍을 때, 약한 조명을 보완하고자 마그네슘 가루를 작은 철판에 올리고 펑 터뜨려 순간 환하게 하고 셔터를 눌렀다. 마그네슘에 전기 스파크를 일으키면, 폭발하면서 빛을 내는 성질을 이용한 것이다. 여섯 살 어린 눈에 굉장히 신기했다. 그래서 그 회색가루를 조금씩 몰래 모은뒤, 어느날 집 계단 밑에서 쭈그려 앉아 장난을 쳤다. 처음에는 소량의 가루를 얇게 흩뿌려서..

‘국민의 대표 선출'과 우리 욕망의 실현

현대 민주주의 국가들은 대의민주주의 체제다. 국민의 대표를 뽑아 그들에게 권한을 행사하게 한다. 그런데, 이 대의민주주의 시스템이 그 한계를 드러낸 것 같다. 우리 대표가 우리를 대변하지 않는 것 같으니 말이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부분은 무엇일까?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2017년, 그는 공약대로 대기업과 부자를 위해 세법(稅法)을 개정했다. 기업의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인하하고, 부자의 세금 감면을 확대한 것이다. 반면 장기적으로는 중산층과 서민층의 세금 부담은 늘렸다 밀어붙인 트럼프도, 그 법안을 통과시킨 상하원 의원들 모두 미국인들이 뽑은 대표자들이다. 그런데 그들의 정치 행위는 소수의 부자들을 위한 것이었다. 명분은 이렇다. 기업들의 세금을 깎아주면 그 돈으로 투자를 확대하니 경제가..

'서울의 봄'의 밉상, 오국상

「서울의 봄」을 늦게서야 관람했다. 영화적으로는 재미있는데, 현실과 무관치 않은 얘기여서 마음은 무거웠다. 김의성이 연기한 오국상이 영화의 재미(?)를 더했다. 1993년, 오국상의 실제인물이 국회에서 증언한 적이 있다. 그 실제인물의 발언을 보면 영화속 오국상의 캐릭터는 잘 잡은 듯 하다. 오늘 기어코 「서울의 봄」을 보았다. 보면 불편할 것 같아서 미뤄오다, 지금 아니면 영화관에서는 이제 못보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얼른 집을 나섰다. 내가 이 영화 관람을 미리 불편해 한 속내는 복잡하다. 과도한 감정이입이겠지만, 오랫동안 숨겨온 내 치부가 드러날 것 같은 그런 비슷한 예감이 들었던 것이다. 군 문화와 오래 함께 했기에, 영화속 장면들이 익숙했다. 이태신 장군의 취임식 씬(scene)이 촬영된 곳은..

민주주의의 뿌리생각을 생각하다 ③ '천부인권'의 더 깊은 의미

천부인권 사상은 통치자나 국가가 국민을 억압하지 말고, 국민의 권리를 존중하고 보호하라는 의미로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천부인권 사상의 본래 의미를 완성할 수 없다. 더 깊은 수준으로 뿌리를 내려야 한다. 민주주의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 않았다. 어느 한 뛰어난 지도자나 철학자에 의해 뚝딱 마법처럼 세상에 등장한 것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천 년 이상 꿈꾸고 토론하고 검증하면서 탄생시킨 결과물이다. 그러나 그 뿌리생각의 본질은 꽤 단순하다. 우리 인간은 그 자체로 귀하다는 것, 존엄하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 인간 존엄의 가치는 왕이나 국가가 준 것이 아니라는 것, 그래서 통치자나 국가는 인간의 존엄성을 잘 펼치는 수단으로서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이 점차 확산되어, 이제 세계 대부..

손웅정과 베켄바우어, 그들이 진실을 대하는 태도

나는 손흥민도 좋아하고, 그의 아버지 손웅정도 좋아한다. 손웅정이 그 동안 보여준 올곧은 태도를 보면, 우리 시대에 그가 있어 고맙다는 생각도 한다. 그런 그가, 이번 아시안컵 축구대회에서 '한국은 우승하면 안된다' 라고 말했다. 독일 축구 영웅 베켄바우어가 며칠 전(1. 7) 세상을 떴다. 훌륭한 축구인이었던 그에게도 아쉬운 점이 있다. 그을린 피부, 이마와 볼에 깊게 패인 주름, 꺼뭇꺼뭇한 수염, 손질할 필요조차 없는 짧은 머리, 말할 때마다 힘이 들어가는 미간..... 얼굴로만 보면 농부보다 더 농부처럼 보인다. 그런데 그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흠칫하게 된다. 짱짱하다. 눈빛도 흔들림이 없다. 손웅정....손흥민의 아버지. 이제는 웬만한 대한민국 국민이면 그의 얼굴을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가 되었다..

우리의 사랑을 더 고급스럽게 하는 방법

사람들끼리 하는 사랑에는 늘 기복이 있다. 연인관계든, 친구관계든, 심지어 부모 자식 관계도 마냥 좋게 흘러가지는 않는다. 인간이니까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긴 하지만, 이를 좀더 고급진 사랑으로 끌어올릴 방법은 없을까?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는 세상이 부러워하는 연인들이었다. 둘은 10년 정도 사귀다 2014년에 결혼한다. 공개적으로 서로를 칭찬하며 사랑을 표현했고, 자녀들과 함께 다양한 활동을 즐기며 가족적인 모습도 오픈했다. 사회 문제에도 관심을 가지고 인도주의적 활동도 함께 한다. 서로를 동반자로서 아낌없이 지원하고 협력하는 보기드문 커플이었다. 그러나, 결혼 후 2년이 지난 2016년 이혼 소송에 들어갔고, 7년 여동안 자녀 양육권과 재산 분할 등 복잡한 문제로..

민주주의의 '뿌리 생각' 을 생각하다 ② 인간의 존엄성, 존재 자체로 귀한 존재

민주주의를 생각하려면, 우리 인간 자체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 '인간이 존엄하다' 는 말도, 깊게 숙고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우리의 민주주의가 갈 방향이 보인다. 「민주주의」 의 뿌리생각 시리즈 ① (☞ Link) 에서 '천부인권(天賦人權)' 을 다뤘다.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와 평등의 권리는 사람이 준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왕이나 사람들이 만든 인위적 기관보다 더 큰 권위로부터 받았으므로, 이를 사람이 어찌할 수 없으며, 국가는 사람들 개개인이 가진 이 권리를 보호하고 증진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것이 민주주의를 태동시킨 생각의 뿌리였다. 이제, 이 '천부인권' 이라는 말에 담긴 의미를 조금 더 들어가본다. 먼저, '인간이 존엄하다' 는 뜻이 뭔지 더듬으려 한다. 이 논의를 할려면, '인격(人格)..

칼레파 타 칼라? 그래도 한 걸음씩 !

우리 사회의 정치적 양극화가 기세등등하다. 정치가 이를 해결해야 하지만, 되레 키우는 것 같아 안타깝다. 놀라운 속도로, 우리 사회의 괴물이 되어버렸다.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의 발달이 가끔씩 원망스러울 정도다. 나의 20대 시절, 당시 우리 문학계의 가장 핫한 작가는 이문열이었다. 그의 책이라면 다 읽으려고 했었다. 후에 그 분이 정치적 지향성을 분명히 하면서 논쟁의 중심에 서기도 했으나, 분명 그 시절 그의 책은 재미있었고, 한동안 내 삶의 벗이 되어 주었다. 그의 단편 중, 워낙 제목이 특이해서 기억나는 작품이 있다. 「칼레파 타 칼라」, '아름다운 일(좋은 일)은 이루어지기 어렵다' 라는 그리스 말이다. 가상의 그리스 도시국가 아테르타에서 벌어지는 일을 픽션으로 풀었다. 줄거리는 이렇다. 티라나투스..

「민주주의」의 '뿌리 생각' 을 생각하다. ① 천부인권

기록된 역사를 본다면, 민주주의는 최근에 나온 체제다. 그렇다면, 이런 민주주의라는 시스템을 낳게한 근본적인 생각은 무엇이었을까? 현대 민주주의 국가들이 겪는 민주주의 위기를 극복하는데, 그리고 우리가 더 좋은 시민의 한 사람이 되는데, 이 질문은 의미있는 생각거리가 될 것 같다. 우리 사회가 민주화를 열망하던 20세기 후반에는 민주주의에 대한 논의가 많았다. 뜨거웠었다. 지금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본궤도에 올라섰다고 여기기 때문에, 민주주의 자체에 대해서 또다시 토론하고 공감대를 형성해야 할 필요가 없다고 느끼는 것 같다. 하지만 꼭 그럴까? 사람들이 만든 모든 제도는, 시간이 갈수록 형해화(形骸化) 되는 경향이 있다. 취지는 사라지고 앙상한 형식만 남을 수 았다는 얘기다. 주로 전통적인 것들이라고 ..

새해에는 새로운 길을 내보자

2023년이 저문다. 새해를 희망찬 마음으로 맞이하자. 새로운 길을 내자. 내 기존의 세계를 더 넓히는 방향으로 가보자. 루쉰의 말처럼, 우리가 가면 길이 되니까. 젊었을 때, 난 특수부대의 팀장이었다. 그 시절에 이름모를 산을 타고 정해진 목적지까지 제때 가는 것이 주요 관건일 때가 많았다. 처음 가는 산에서 소로길이라도 발견하면 최고였다. 그러나 대부분 어두울 때 움직여야 하는 임무의 특성상 그 길을 발견하는 행운은 잘 오지 않았고, 그럴때면 어김없이 가야 할 방향만 보고 길을 뚫었다. 이것을 숱하게 했을 20년 정도 경력의 나이 든 고참들은 이런 말을 자주했다. “길이라는 것 별거 아냐, 그냥 우리가 지나가면 그거 길 돼버려.” 우리 모두 동의했다. 처음에는 작은 길이라도 발견하려 했지만, 이도 저..

배우 이선균, 그가 내게 남긴 질문

배우 이선균님이 스스로 삶을 마쳤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마치 지하철에서 누군가가 피해를 당하고 있는데 다수의 가해자들이 무서워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돕지 못한 사람이 느끼는 자괴감과 부끄러움이 든다. 그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밀려오는 파도를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고, 그래서 이 길 밖에 없다고, 그래서 외롭고 막막했을 그의 영혼에 꽃 한송이를 바친다. 딱히 내가 뭘?10월 중순, 언론을 통해 처음 그의 일이 보도되었을 때, 주위 사람들이 그를 비난했다. 난 그의 내막을 모르지만, 언론 보도에서 풍기는 선정성(煽情性)이 의심스러웠다. 그리고 부당했다. 그러나,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몇 번의 검사를 했지만, 그의 몸에선 검출된 것이 없었다는 보도를 얼핏 봤다. 그 이후로도 몇 번 또 검사가 있었고, ..

책「아버지의 해방일지」, Let it go.

정지아님의 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 를 많은 이들이 읽었다. 이 책이 왜 이렇듯 독자들을 파고들 수 있었을까? 소설적 구성, 남도의 사투리로 재미있게 풀어가는 압축된 현대사와 삶의 얘기들이 석류알처럼 잘 박혀 있어서일 것이다. 그런데 웬지 이 설명만으로는 중요한 뭔가가 빠진 것 같다 그래서 생각해 보았다. 그렇다 우리는 사실, 용서하고 싶었던 것이다. 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 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다. 여운이 깊게 남는다. '구례'나 '곡성' 같은 내게 향수어린 지명도 나온다. 작가님과 동일한 시대를 살아온 나는, 열 살 즈음까지 곡성에 있는 할아버지 댁에 자주 놀러갔다. 소설에 나오는 그 말씨들이 생생하다. 내 큰 아버지, 큰 엄마,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들이 쓰셨던 똑같은 사투리들 때문인지, 소설속..

개모차가 유모차보다 많이 팔린다. 무너진 진화심리학의 대전제

반려견 유모차, 속칭 '개모차' 가 유모차보다 많이 팔렸다. 우리의 저출산 문제는 급부상한 후, 잡힐 기미가 없다. 불과 20여년만에, 수 만년 동안 우리 인간의 DNA에 각인된 종족보존의 본능이 한국에서는 힘을 잃고 있다. 진화심리학의 대전제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드디어 자기 DNA의 지배로부터 능동적으로 벗어나기 시작했다는 긍정적 징표가 될 수 있을까? 올 3분기 동안, 개모차 판매량 유모차 초월우리 나라 저출산 문제의 경고등이 여러 데이터로 울려대고 있다. 한해 태어나는 신생아가 고작 26만명에 불과하다. 빠르게 생각해서, 모든 남녀가 가정을 이루고, 가정 당 2명의 자녀를 낳아야 인구가 유지된다. 그런데 지금은 결혼율 자체가 너무 낮아지고, 한 가정 당 태어나는 아이의 수도 한명..

Micro Kindness(작은 친절), 큰 변화를 일으킨다.

친절은 마음을 여는 열쇠와 같다. 친절은 무수한 모습을 띠고 있다. 따뜻한 말도 친절이지만 때론 돌직구성 말도 친절일 수 있다. 더러는 겉모습만 친절인 경우도 있다. 친절의 본질과 파급력에 대해 생각해본다. 친절은 좋은 것이다. 친절은 사람의 마음을 여는 열쇠와 같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를 가장 현실적으로 빨리 눈치 챈 사람들은 누구일까. 그렇다. 물건과 서비스를 팔아야 하는 기업들이다. 그들은 친절이 사람의 마음을 열수 있고, 그래야 지갑까지 열게 할 수 있음을 안것이다. 그래서, 기업들은 고객의 마음에 더 다가가기 위해 'CS(고객만족, Customer Satisfaction) 교육' 을 열심히 한다. 사활을 건다. 여기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고객 응대과정에서의 친절이다. 그들의 친절의 순..

화성(Mars)을 사랑한 남자들 - 로웰, 일론 머스크

일론 머스크는 스페이스X 를 설립하고 인류를 화성에 이주 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100여년 전, 일론 머스크 만큼이나 화성에 열심인 로웰이라는 사람도 있었다. 화성이 지구와 비슷해서 생명체가 생존할 수 있는지를 알고자 했던 것이다. 그들의 이런 화성에 대한 사랑은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1976년 화성 탐사선 바이킹 1호가 화성 표면에서 촬영했다는 사진이다. ‘화성의 얼굴’ 이라 이름 붙여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외계인이 화성에 남긴 고대문명의 흔적이라며, 美 정부와 과학자들이 이를 숨기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었다. 물론 이는 거대한 바위산이고 지형의 음영 때문에 얼굴처럼 보여진 것으로 나중에 확인 됐다. 화성은 태양계 여러 행성 중, 지구랑 가장 비슷하다. 하루의 길이도 비슷하고 자전축도 기울어..

남자와 집안일, 그 역사적 편견을 깨뜨리며.

어제 고양 대화도서관에서 정창권 고려대 교수님의 강연을 들었다. 주제가 「조선의 살림하는 남자들」 이었다. 제목이 호기심을 발동시켰다. 그래서 아내와 둘이 겨울빗속을 헤치고 참석했다. 범상치 않은 제목이기도 했지만, 요즘 내가 생각하는 주제들과 맥이 닿을 것 같기도 했다. 나는 고정된 성역할이라는 것이 원래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을 것이고, 그래서 우리 사회도 빨리 그 다음 버전의 남녀 관계 모델로 들어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던 참이었다. 강의 내용이 흥미로웠고, 내가 가지고 있던 편견을 잘 깨주었다. 나는 한국의 전통사회가 가부장적 문화가 공고했다고 배웠고, 의심의 여지 없이 그렇게 믿었다. 내가 보아온 우리 할아버지, 아버지 세대만 보아도 딱 들어맞는 사실로 보였기 때문이다. 나의 편견을 깨준 역사..

믿음이 확고해? 그거 다 좋은 걸까?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를 드디어 완독했다. 흔히들 '벽돌 책' 이라는 범주에 들어갈 만큼 두껍다. 두꺼운 책은 다 읽고 나면, 일단 기분좋은 성취감이 든다. 코스모스도 예외는 아니다. 땡큐! 칼 세이건과 그의 친구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난 뿌듯함은 책의 분량에 기인한 것이기 보다는, 수십억년을 꿰뚫는 칼 세이건의 통찰과 흥미로운 사례들, 그 바탕에 흐르는 따뜻한 인류와 지구에 대한 사랑이 읽는 내내 나에게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런 지적 유산을 세상에 탄생시켜 준 그와 그의 동료들이 고마웠고, 책에서 소개 된 인류발전의 디딤돌이 된 여러 인물들에게 감사함을 느꼈다. 그들은 집단적인 따돌림과 심지어는 목숨까지도 위태로울 수 있는 상황에서도 자신들이 발견한 사실들을 용기있게 주장해 주었다. 그런 이들이 있..

'민주주의'는 참 손이 많이 가요

민주주의는 이제 당연한 체제가 되었다. 불가역적이다. 적어도 대한민국은 독재나 왕정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믿는다. 하지만 '우리 민주주의는 안녕한가?' 라고 물으면 글쎄, 사람으로 치면 최고의 컨디션은 아닌 것 같다. 내가 대충 겪은 1980년대 나는 유신체제, 10.26사건, 12.12 군사반란과 5.18 민주항쟁으로 이어지는 굵직한 역사의 페이지들을 겪으며 자랐다. 1980년 광주, 시위대와 군의 대립이 격화될 즈음, 아버지는 방문 앞에 두꺼운 솜이불을 이중으로 치고 우리를 재웠다. 솜이불이 총알을 막아준다는 소문이 동네 사람들 사이에 돌았던 것이다. 가끔씩 들리는 '따따다다' 소리는 어린 가슴을 졸이게 만들었다. 60을 바라보는 나는, 태어나보니 내 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였었다...

변화에 대한 거부, 그 뒤엔 ‘두려움’ 이 있다.

이세돌과 알파고가 대결했을 때, 사람들은 인류라는 이름으로 연대감을 형성했다. 알파고 제조사 '구글 딥마인드' 직원들은 달랐겠지만 말이다. 이기고 지는 문제에 자기 이해관계가 걸려있을 때, 우리는 관심을 갖게 된다. 자기의 현실적 이익에 유리한 방향으로, 자신의 가치관과 세상관을 입증해 주는 방향으로 승패가 결정나기를 바랜다. 우리는 이세돌이, 인류가 아직은 인간이 만든 피조물보다 우월함을 입증해 주기를 바랬다. 여기에는 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게임에서, 사람들이 인류라는 이름으로 하나의 심적(心的) 연대가 가능했던 이유는, AI에 의해 우리의 직업이 대체되고 직장을 잃게 되고, 나아가 그들에 의해 지배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깔려있었을 것이다. 이런 공동의 적 앞에 사람들은 종교와 정파를..

'기후위기'와 100번째 원숭이 효과

지난 11월 6일, 강화도에 있는 한 중학교 1학년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환경보호와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 관련된 강의를 다녀왔습니다. 중학교 교실은 어떤 모습일지 떠나기 전부터 궁금했어요. 40여년 전의 제 모습과 지금의 학생들 풍경의 대비를 경험한다는 것 자체가 설레였습니다. 저는 학생들의 쾌활함과 적극성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자기 의견을 말하는데 어려워하지 않았고, 쉬는 시간에는 K-팝 그룹의 댄스를 교실 한 공간에 너나 없이 모여 자연스럽게 추는 모습들이 40여 년전과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손과 상체가 어우러진 웨이브, 현란한 스텝 같은 어려운 동작들을 어떻게 저렇게 잘 따라하는지 신기했습니다. 그들의 자연스러운 자기표현을 현장에서 지켜보는 것 자체가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그..

블로그 알깨 ! 시작합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는 50대 후반의 남성입니다. 오랜기간 공직에 있으면서 범생이과에 속한 생활만 하다가, 지금은 자유인이 되었습니다. 성격이 활달하여 친화력이 좋은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언변이나 다른 능력이 출중하지도 않아서 공직생활은 평범하게 마쳤어요.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는 사람이었지만 속에 감춰진 큰 꿈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잘하고 싶었고 인정받고 싶고 그랬습니다. 마음편한 이들과 만남에서는 지적 허영에 취해 신자유주의를 비판하고, 노회한 정치를 비판하고, 이윤에만 눈먼 금융경제를 비판하면서 도도한 척도 했습니다. 하지만 드러난 현실의 삶에서, 저는 언제나 부여된 과업을 묵묵히 수행하는 낙타의 삶을 살았습니다. 낙타의 삶이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습니다. 우리 세상에 기여하는 바가..